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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는 100점 맛집, 전통이 적통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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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0년을 맞은 경기 안성 우탕 전문점 안일옥의 빛바랜 옛날 차림표.

굴곡진 한국사 속에서, 그것이 무엇이든 100년을 채우기는 바늘귀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100년을 채우거나 채워가는 오래된 식당들이 우리 주변에는 있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간사하기 그지없는 것이 사람의 입맛이건만 10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이 노포들의 음식 맛이 궁금하다.

경기 안성 안일옥

우탕, 사골 등 넣고 12시간 우려

직접 볶은 소금으로 간 조절

안성맞춤 우탕

올해로 딱 100년을 맞은 식당이 있다. 경기 안성에 있는 우탕 전문점 안일옥이다. 우탕은 쇠고기가 들어간 탕이나 국밥을 이르는 말이다. 설렁탕도 곰탕도 다 우탕이다. 설렁탕과 곰탕 중간쯤의 맑기를 가진 안일옥의 우탕은 기름을 잘 걷어내 깔끔하고 시원한 데다 끝맛이 달기까지 하다. 탕 속에 든 양지머리는 쫄깃하고 구수하며 머릿고기는 쫀득하면서 전혀 느끼하지 않다. 잡내도 전혀 없다. 함께 나오는 섞박지는 너무 달지도 너무 맵지도 않아 담백한 탕과 잘 어울린다.

이 집을 설렁탕이거나 곰탕 전문점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우탕 전문점이라고 하는 것은 100년 역사의 시작이 우탕이었기 때문이다. 안일옥의 시작은 1920년, 안성장의 난전에서였다. 우시장으로 유명했던 안성장에서 김종열 현 안일옥 사장의 할머니가 국밥을 팔기 시작했던 것.

“할머니는 장터 한 귀퉁이에 무쇠솥 하나 걸어놓고 장사를 하셨죠. 우시장에서 그날그날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국밥을 끓여서 파셨어요. 그러니 요즘처럼 설렁탕이니 곰탕이니 하는 구별 없이 그냥 우탕, 국밥이었죠.”

당시 안성장에는 다른 국밥집도 많았다. 요즘 휴게소의 최고 인기 메뉴인 안성국밥이 시작된 곳도 바로 이 안성장이다. 하지만 모진 세월을 견디지 못해 다 사라지고 오직 안일옥만 남았다. 안성국밥의 시초라는 별명이 안일옥에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100년 노포라고 세월을 비껴가기만 했을 리는 만무한 법. 안일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주인이 바뀌었다. 할머니가 시작한 식당을 며느리가 잇고, 다시 아들이 이어 3대째를 맞았다. 곧 4대째도 입성할 계획이다. 메뉴도 달라졌다. 장터 난전에서 장사할 때는 국밥에 갈비·백반 등 그날그날 장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곰탕·설렁탕·갈비탕 등을 판다. 모든 탕의 국물은 동일하고 들어가는 고기 부위만 달라진다. 우족·꼬리·도가니·머릿고기·우설·양지 등 소의 모든 부위를 다 넣어서 끓여낸 안성맞춤우탕도 새로 생겼는데 그 사연이 재미있다.

“단골 손님들이 오시면 자꾸 물어요. ‘김 사장 오늘은 뭐가 좋아? 도가니가 좋아 꼬리가 좋아?’라고 할 때면 ‘반반씩 넣어 드릴게요’ 그랬는데, 이를 아예 메뉴로 만든 것이죠.”

100년 세월을 무시로 견디고 이어지는 것들도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탕 끓이는 법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가마솥에 불부터 붙인다는 김 사장. 사골과 잡뼈·머릿고기·양지머리를 넣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끓인다. 100년 동안 하루도 꺼진 적이 없는 불이라고 김 사장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볶은 소금도 있다. 국물 간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소금을 직접 볶아서 내는데, 할머니 때부터 해오던 일이다. 100년을 하다보니 그동안 닳아 없어진 주걱과 솥이 몇개인지 모른다. 이 번거로운 일을 굳이 계속하는 것은 할머니가 그렇게 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금을 볶으면 불순물이 날아가고 염분도 줄어든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 집에서는 탕을 받아 들면 꼭 볶은 소금으로 간을 해야 한다.
 

전남 나주 하얀집 

나주곰탕 원조로 국물 맛 깔끔

함께 나오는 머릿고기도 쫄깃

곰탕

안일옥 말고도 100년이 넘었거나 100년에 가까운 노포들이 전국에 있다.

전남 나주의 하얀집은 110년 된 곰탕집이다. 나주곰탕의 원조로 불리는 이 집은 1910년 도축장 근처 시장에서 백반을 팔며 시작했는데 70여년 전부터 곰탕을 끓여내기 시작했다. 하얀집의 메뉴는 단출하다. 곰탕과 수육이 전부다. 노포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곰탕을 주문하면 맑은 국물에 송송 썬 파와 달걀지단·고춧가루가 얹혀서 나온다. 휘휘 저으면 고기가 듬뿍 올라오는데, 양지머리·갈빗살·목심 등 다양한 부위가 들어간다. 소 한마리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부위가 들어간다는 것이 식당 측의 설명이다. 부위에 따라 씹는 식감도 맛도 달라 먹는 재미가 있다.

국물은 맑은 만큼 깔끔한 데다 은은한 단맛까지 돈다. 느끼함이나 잡내가 전혀 없어 고기 국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깍두기는 단맛이 강하고 시원하다. 배추김치를 겉절이가 아닌 묵은지로 내는 것이 특징. 국물을 한입 먹을 때마다 깍두기와 남도의 묵은지를 번갈아 곁들이면 먹는 재미가 더해진다. 무엇보다 곰탕을 시키면 딸려 나오는 머릿고기가 일품이다. 쫀득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좋다.
 

경북 김천 대성암 

3대 이어 100년 전 초밥맛 그대로

우동·어묵탕 육수 여섯시간 끓여내

어묵탕

초밥 경력 100년인 노포도 있다. 경북 김천의 대성암이 그 주인공. 1920년 즈음 문을 연 대성암은 일본인이 운영하던 가게였다. 1930년 <동아일보> 기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가게에서 일하던 한국인 종업원이 1942년 가게를 인수했고, 일본인에게 배운 방식 그대로 초밥과 어묵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들과 손자까지 삼대를 이어서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도 자주 찾던 곳이다.

메뉴는 단출하다. 김초밥·유부초밥·생선초밥 등 초밥 몇가지와 우동·어묵탕·메밀국수가 전부다. 생선초밥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올라가는 생선도 얇다. 요즘처럼 두껍고 긴 생선을 올려 만든 생선초밥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뭔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0년 전 맛 그대로 만들어낸다고 하니 옛 초밥은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먹어볼 만하다.

이 집의 백미는 오히려 국물에 있다. 아침마다 멸치·다시마·간장 등 예닐곱 가지 재료를 넣고 여섯시간 이상 끓여 만든 육수는 감칠맛과 풍미가 최고다. 이 국물에 우동면을 말아내면 우동이, 두부·어묵·곤약 등을 넣어 끓여내면 어묵탕이 된다. 대개의 우동 국물은 달달한 데 비해 이 집은 단맛이 적은 게 특징. 계절 한정으로 내는 메밀국수는 직접 면을 뽑아 씹을수록 메밀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함께 나오는 쯔유에 푹 적시기보다 반만 적셔서 먹으면 메밀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강원 양양 단양면옥 

강원도산 메밀로 만든 물막국수

수육·가자미회무침도 별미

물막국수

100년째 막국수를 내는 단양면옥은 충북 단양이 아닌 강원 양양에 있다. 물막국수·비빔막국수·회냉면·물냉면 그리고 수육이 메뉴의 전부다. 대표 메뉴인 물막국수는 강원도산 메밀이 90% 넘게 들어가는 국수와 멸치·다시마 등으로 낸 육수로 이뤄진다. 김가루와 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나오는데 메밀 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국수를 국물과 섞기 전에 살짝 면만 들어서 입에 넣어보자. 아, 이게 메밀 냄새구나 싶을 만큼 면을 씹을 때마다 진한 메밀 향이 코로 전해진다.

식탁에는 식초와 설탕·겨자 등이 준비돼 있는데 강원도 사람들은 이들 전부를 국물에 넣어서 섞어 먹는다. 양념을 더하면 감칠맛이 강해진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일이지만 처음에는 막국수가 나온 그대로의 맛을 즐기다가 중간에 양념을 첨가해서 ‘동네 사람들’처럼 먹어보는 것도 좋다.

수육은 돼지고기 삼겹살을 사용한다. 잡내가 거의 없고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어 고소하고 부드럽다. 가자미회무침이 함께 나오는데, 벌겋게 양념한 가자미를 수육과 함께 먹으면 간도 맞고 씹는 맛도 다양해져서 먹는 재미가 배가된다.

충남 논산 황산옥 

우어회무침 새콤달콤하면서 고소 

밀복·참복 넣고 끓인 복탕 풍미 가득

우어회무침

황산옥(충남 논산)은 우어회와 복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정확한 창업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920년 이전에 황산 나루터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금강으로 올라오던 물고기로 음식을 했는데, 바로 황복과 우어다. 우어는 ‘웅어’를 가리키는 충청도 사투리로, 멸칫과에 속하는 생선이다.

우어회는 회무침으로 나온다.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제철인데, 봄에 잡은 우어를 냉동해두고 쓰기 때문에 우어회는 일년 내내 맛볼 수 있다. 각종 채소와 함께 새콤달콤 매콤하게 무쳐서 나오는 우어회는 김에 싸 먹어야 제맛이다. 진한 양념과 김 향이 어우러지고 이어서 우어가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히는 것이 별미다.

복탕은 명태 대가리와 파 뿌리, 무, 다시마 등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예전에는 황복으로 탕을 끓였지만 지금은 황복이 워낙 귀해 밀복과 참복을 사용한다. 탕은 맑은탕과 매운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어회를 곁들일 계획이라면 맑은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인천 중구 중화루 

유니짜장, 짭짤한 맛과 단맛 조화

매콤한 마파두부밥도 입맛 당겨

마파두부밥

인천 중구의 중화루는 1918년 문을 연 중국집이다. 한국 최초의 호텔 대불호텔을 화교가 인수해 중국집을 연 것이 시작이다.

한국의 중국집답게 짜장면이 유명한데 특히 유니짜장이 유명하다. 유니짜장은 재료를 잘게 다져서 만든 짜장이다. 다른 곳과 다르게 면과 짜장소스가 따로 담겨져 나온다. 면 위에 달걀프라이도 올려준다. 짜장은 달달하고 짭짤한데, 일반 짜장면에 비해 단맛은 덜하고 짠맛이 더 살아 있다. 짜다는 느낌보다는 짭짤한 정도인 데다 단맛과 조화가 좋아 마지막 한입까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게 된다.

또 다른 대표 선수는 마파두부밥이다. 다진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씹는 맛이 좋고 두부는 연두부처럼 부드럽다. 적당히 매운맛에 마라탕에서 느낄 법한 얼얼함까지 갖추고 있다. 소스만 먹으면 짠 듯하지만 밥과 비비면 간이 딱 맞다. 특히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를 사용해 현지에서 먹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성=이상희. 사진=김도웅 기자 montes@nongmin.com




October 11, 2020 at 10: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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