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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간다] 전통 장에 헌신한 세월 닳아버린 무릎 연골…“재건 후 걸음 가뿐”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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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왼쪽 사진) 무릎 통증으로 절뚝거리며 걷던 이희순씨는 수술 후(오른쪽 사진) 안정된 걸음걸이를 되찾았다.

강원 양양 산골서 장 생산 매진하는 이희순씨

20여년 밤낮없이 일해 무릎 뼈 서로 맞붙어 “앉았다 설 때 큰 산을 쥐고 일어나는 느낌”

금속 재질 인공관절로 바꾸는 치환술 시행

재활 운동·전기자극 등 병행…빠르게 회복
 


강원 양양 어느 깊은 산골. 언덕 위 빼곡한 장독들, 그리고 항아리를 옹골지게 채운 새까만 된장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잠시, 쿰쿰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벌름거리게 만들었다. 눈과 코가 홀려 냅다 손으로 찍어 맛본 된장 한입은 가히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진귀한 맛이었으니 먼 길 달려오느라 생긴 멀미가 ‘쑥’ 하고 내려가버렸다.

무려 20여년의 세월이 빚어낸 이희순씨(75) 표 검붉은 된장은 음식이 아닌 약임이 분명했다. 2시간 내내 나를 괴롭히던 차멀미도 싹 가시게 했으니 말이다. 몸에 좋은 갖가지 미생물은 물론, 세월이 주는 영양과 어머니의 정성 그리고 땀이 실하게 뭉쳐졌으니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보약 덩어리라 해도 충분치 못할 것이다.

이씨의 하루는 일에서 일로 끝난다. 내가 댁에 도착한 이른 아침에도 분주했다. 뭘 그리 바삐 만드나 여쭤봤더니 무려 20년 된 간장을 다 푸고 남은 항아리를 보여주셨다. 몸을 굽혀 항아리 안을 깊게 들여다보자 덩어리진 소금이 항아리 벽면에 한가득 붙어 있었고, 이는 마치 반짝이는 크리스털처럼 세월이 만든 귀한 선물 같았다. 20년간 숙성을 거치면서 간장 속에 녹아 있던 소금이 다시 분리돼 석장(간장소금) 결정체로 만들어진 것이란다.

이씨는 “아까워서 돈 주고도 못 판다”는 석장을 두 양동이 가득 퍼 한참을 이고 가더니 햇볕이 잘 드는 마당 한가운데 곱게 펴 오랜 시간 말렸다. 딱딱한 석장들은 그제야 으스러지기 시작했고, 이씨는 버성긴 석장을 맷돌에 수시간 갈아 고운 소금을 만들었다.

“이 사람은 24시간 일해! 오줌 누러 새벽 2시에 깨보면 혼자 일하고 있어!”

남편 유재평씨(79)의 불만이다. 모두가 잠이 든 시간, 온종일 소금 만드는 일에 지쳤을 법도 한데 이씨는 부엌 귀퉁이 작은 불 하나 켜놓고 된장을 푸고 또 퍼 담았다. 낮에는 갖가지 장을 담그고 일이 끝난 밤이 되면 그때 비로소 판매용 포장을 하는 것이다. 어떨 때는 새벽 3시까지 혼자 일하기도 한다고.

24시간 일한다는 남편의 과장이 사실처럼 믿어졌다. 이씨 곁에는 항상 일을 거들어주는 남편이 있지만 그는 “미련하리만큼 열심히 일만 하는 당신이 답답하다”며 왕왕 신경질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일중독인 이씨의 미련함이 무릎에 병을 냈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수레로 콩과 메주를 나르고, 쭈그리고 앉아 장을 담그는 20년 세월에 어딘가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할 법하다. 이씨는 이제 쪼그려 앉는 것이 불가능했고 극심한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앉았다 일어설 때면 “큰 산을 쥐고 일어나는 느낌에 무척이나 힘들다”고 털어놨다. 문득 맷돌에 갈리던 석장들이 생각났다. 20년 세월이 빼곡히 담긴 하얗고 누런 가루들을 떠올리니 이씨의 무릎도 그렇게 으스러지고 갈렸나 싶었다.

이씨를 데리고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연골과 연골판이 다 닳아 무릎뼈가 서로 맞닿아 있는 지경이었다. 쩔뚝대며 걷는 것도, 앉을 때면 다리에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느낌도 퇴행성 관절염이 말기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치환술밖에 답이 없었다. 이 수술은 손상된 관절을 금속 재질의 인공관절로 바꿔 다리 운동기능을 회복시키고 통증도 없애는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명은 20년 정도 되니 이씨가 사는 동안 관리만 잘한다면 재수술 없이 좋은 결과가 유지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루하루가 느낌이 달라!”

수술한 지 며칠이 안됐음에도 이씨는 하루하루 통증이 가시는 속도가 다르다고 했다.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재활 운동을 잘 따라해준 결과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 후 다리를 잠시라도 사용하지 않거나 운동으로 관절막·근육·인대와 같은 주변 조직을 계속 늘려주지 않으면 무릎이 굳고 뻗정다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숙련된 전문가와의 재활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이 반드시 같이 이뤄져야 한다. 혼자 섣부르게 운동하다가는 효과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따라서 이씨도 병원에서 전문 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아 매일 통증의 정도와 무릎의 굴곡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또 단계적으로 무릎 운동범위를 넓혀갔다. 더불어 근육에 전기자극을 가해 근육기능 활성화를 유도하고, 말초감각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치료하는 경피신경전기자극과 신경근육자극 저주파치료(TENS&NMES)로 대퇴사두근을 집중 케어해 회복 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만들었다.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로 수술한 부위에는 염증 반응도 전혀 없었다.

운동센터(제일리핏케어)에서도 이씨가 잘 걸을 수 있도록 다리 근력 운동 위주로 1:1 운동 수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전보다 편안했고 걸음걸이도 가뿐했다. 무릎 안도 깨끗하고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 이씨가 일을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잘 걸어요. 덕분에 확실히 편해졌어. 내 느낌에 더 좋아질 거 같아!”

무릎이 더욱 좋아지길 바라며 이씨에게 당부해본다. “어머니, 이제 일은 좀 내려놓으세요!”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July 12, 2020 at 10: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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