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리그1(1부리그)에는 가장 강력한 형제가 등장했다. 34세의 나이를 잊으며 득점 신기록을 작성한 '최고의 형' 주니오(울산 현대)와 21세 나이에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최고의 아우' 송민규(포항 스틸러스)다.
주니오는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득점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골을 넣는 공무원이라는 뜻의 '골무원'으로 불린 그로 인해 득점왕 경쟁은 너무나 쉽게 끝났다. 시즌 초반부터 독보적으로 골을 터뜨렸다. 그는 17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던 아담 타가트(수원 삼성)의 기록(20골)에 이르렀다. 주니오는 K리그1 최종전 광주 FC와 경기에서 1골을 추가하며 올 시즌 27경기, 26득점을 기록했다. 2위 일류첸코(포항·19골)와 7골 차였다.
주니오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0.96이다. K리그 최초로 '경기당 1골'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역사상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이전까지 1위는 2018년 말컹(경남 FC)의 0.84였다. 2부리그 역대 1위는 2014년 아드리아노(대전 시티즌)의 0.84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수가 축소(38경기→27경기)되지 않았다면,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인 31골(2012년 FC 서울 데얀)을 넘어설 가능성이 컸다.
노장은 빠르지 않았다. 대신 노련하게 '골 냄새'를 쫓았다. 위치 선정이 탁월했다. 강력하지 않지만, 정확하고 섬세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쉽게 골을 넣는 모습에 베테랑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회춘이라는 말밖에 못 하겠다. 스스로 노력을 하니까 결과가 나온다. 경기 준비를 잘하고 있고, 집중력이 높아져 찬스를 잘 살리고 있다"고 기뻐했다.
주니오는 2020시즌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주니오가 최고의 선수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주니오의 경쟁자는 손준호(전북 현대), 세징야(대구 FC), 그리고 일류첸코다.
무명이었던 송민규는 대세가 됐다. 201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한 그는 그해 2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2019년에는 27경기(2골3도움)를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는 27경기에서 10골6도움을 폭발했다. 득점 순위 8위. 국내 선수로 따지면 한교원(전북·11골)에 이은 2위다. 도움 순위도 공동 3위에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김기동 포항 감독의 절대 신뢰 속에 무럭무럭 자랐다. 폭발력 넘치는 드리블과 슈팅력 그리고 젊은 감각까지 갖춘 그는 포항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포항이 울산(54골)을 넘어 최다 득점(56골) 팀이 된 것도 송민규 덕분이었다. 24라운드에서는 전북을 잡는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렸다. 판도를 바꿀 힘을 지녔다.
그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의 친선전에서 송민규는 처음으로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A대표팀을 상대로 화려한 골을 터뜨렸다. 팬심도 잡았다. 포항의 유니폼 판매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영플레이어상 후보 1순위다. 영플레이어상은 K리그 데뷔 이후 3년이 지나지 않은 만 23세 이하 선수 중에서 선정한다. 송민규는 엄원상(광주 FC), 원두재(울산), 조규성(전북)과 경쟁한다. 그는 "영플레이어상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동 감독님이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느냐. 이런 기회는 다시 안 오니까 더 욕심내서 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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