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에 흑백토 칠한 뒤 빗살 문양 새겨 고전미 현대미 강조
"인내와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원칙과 전통, 창의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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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48) 산성도예 대표는 대를 이어 전통가마로 분청사기를 만드는 도예가다.
지난달 '2020년 부산시 공예 명장'에 선정된 이 명장을 만나기 위해 부산 금정구 금정산성 마을을 찾았다.
금정산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 안쪽 골목길 끝에 위치한 산성도예에 도착했을 때 이 명장은 작업실에서 차호(차를 담는 그릇)를 빚고 있었다.
이 명장은 도자기를 배운 아내를 포함해 도자기 집안 맏아들이다.
작업실에는 부친 이상문 씨와 동생 종민·영민씨도 각자 도자기 제작에 한창이었다.
이상문 씨는 "자칫 글자 한 부분이라도 잘못 떨어져 나가면 도자기를 버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하므로 집중력과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명장은 이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고 흙을 만지고 놀면서 도자기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산성도예는 우리나라 전통 가마에서 굽는 방식으로 도자기를 제작하는 곳이다.
전시장에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흙과 도공의 솜씨가 빚어진 도자기와 그릇, 다기류가 자연미를 뽐내며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부친 이상문 씨는 도자기 표면에 글을 새기는 기법인 양각문으로 반야심경, 무궁화문, 호문(호랑이 무늬) 표현하는 도예가로 이름나 있다.
이 명장도 아버지의 기술을 전수받아 고전 기법으로 분청사기 작품을 만들었다.
분청사기는 항아리에 흑백토를 칠해 굽는 도자기를 말한다.
"흙(항아리) 위에 다시 흙(흰색·검정)을 바르고 다시 깎아내는 작업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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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토를 칠한 뒤 빗살 문양을 파서 새긴 무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삼작 선각 빗살 차호·다기'와 구리 가루를 칠하는 방법으로 도자기 표면을 붉게 표현한 '분청진사 사발'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부산공예고와 양산대 산업디자인과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 명장은 다수 공모전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명장은 가족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맡는 분업화로 산성도예만의 도자기 세계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각과 음각 기법으로 세 가지 흙 색깔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법을 다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접목해 독창성을 부각했다.
가장 높은 온도에서 견디고 붉은색이 입혀진 분청진사 기법도 사발과 다기 등에 적용해 전통적인 고전미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도자기 제작과 연구,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힌 전통 도자기 제조 기술은 장애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게 했다.
그는 장애인 도자기 체험행사를 마련하는 등 소외계층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참여한다.
이 명장은 "인내와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며 "자기와 싸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기본 원칙과 전통을 지키며 창의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통도예 분야 숙련기술인으로서 철학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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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8, 2020 at 07:0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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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⑮ 전통과 현대 도자기 접목 이승민 도예 명장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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