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보다 시급한 건 대중화… 한류 스타와 연계하고 교복 한복 보급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는 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NBC TV ‘지미 팰런 쇼’에서 한복을 입고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선보였다. 이들의 무대가 공개되자마자 구글의 ‘hanbok(한복)’ 검색량이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복을 만든 단하주단 온라인 쇼핑몰에는 하루에만 3000~4000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대부분 미국·유럽·아시아 등 해외 고객이었다.
요즘 인기 아이돌은 한복을 입는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도 2018년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에서 한복 도포와 갓을 착용했다. 올해 5월에는 멤버 슈가가 ‘어거스트 디’라는 이름으로 낸 솔로곡 ‘대취타’ 뮤직비디오에서 검은 곤룡포를 입고 조선 시대 폭군을 재현했다. 펩시콜라와 협업 음원을 낸 가수 지코·강다니엘도 슈트에 두루마기를 걸쳤다.
◇힙해진 한복에 젊은이들 열광
이들의 한복은 엄밀히 말해 전통 한복과 거리가 멀다. 두루마기 앞섶을 풀어 헤쳐 가운처럼 걸치거나, 긴 도포를 싹둑 잘라 짧은 재킷처럼 연출했다. 여성 속옷인 가슴가리개를 배꼽티로 입고 갓을 삐딱하게 눌러쓰기도 한다.
특히 K팝 스타들의 한복이 근사해 보이는 이유는 몸의 움직임과 함께 어우러지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구현했기 때문이다. 전통 복식 연구가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의상을 디자인한 금기숙 전 홍익대 교수는 한복의 정수를 ‘흔들림과 떨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움직임과 생명력, 자연의 에너지를 수용하는 것이 한복이 특징"이라며 "저고리의 고름과 치마의 날림, 족두리의 떨새 장식과 노리개 등에서 율동미가 느껴지는데, 이는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날리는 도포 자락과 K팝 아이돌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어울릴 수밖에 없는 ‘찰떡궁합’인 것이다.
◇전통 한복도 조선 시대엔 복요(服妖)였다
K팝 스타들이 입는 한복은 전통 한복을 현대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신(新)한복, 개량한복, 퓨전한복, 모던한복 등으로 불린다. 처음엔 한복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점차 디자인이 변형됐고 한복의 모티브만 활용한 현대복을 한복이라 부르는 이들도 생겼다. 그런 탓에 신한복에는 늘 찬반 여론이 뒤따른다. 고궁 체험 한복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8년 서울 종로구청은 짧은 기장에 고름 대신 리본으로 묶은 체험 한복이 한복의 전통성을 훼손한다며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제한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무엇이 전통 한복인지’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옷차림은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한복 역시 변화를 거듭해왔다. 고려 시대 한복과 조선 시대 한복만 봐도 차이가 크다. 오늘날 여성 전통 한복의 표준인 상의가 짧고 하의가 풍성한 상박하후(上薄下厚) 형태는 조선 후기 스타일을 계승한 것으로, 당시엔 복요(服妖)라 불렸다. 선왕의 의복제도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옷을 지어 법도를 넘은 이상한 옷. 즉, 지금의 퓨전한복과 같은 취급을 당했다.
◇진위 논란보다 시급한 건 한복 대중화
전문가들은 한복의 전통성보다 시급한 것은 한복의 대중화라고 입을 모은다. 오늘날 한복은 일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혼식에서 한복을 착용하는 풍습이 남았지만, 혼인 건수가 줄면서 수요도 급감했다. 한복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도소매 한복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전체 의류 시장(약 42조4000억원)의 1%대 수준에 불과하다. 한복 입는 사람이 줄면서 유일하게 한복을 가르쳤던 배화여대 전통의상학과는 2016년 폐과됐다.
이런 가운데 K팝 스타들을 비롯해 젊은이 사이에서 한복(신한복)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한다는 사실은 단비 같은 소식이다. 사진 인증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166만여 건의 게시물이 검색되고, ‘#한복스타그램’ ‘#한복대여’ 등 관련 게시물도 수십만 건에 달한다. 불과 2년 전 한복 진위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여론도 긍정적인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한복 교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생활 한복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복 교복 보급 사업을 추진한다. 이르면 오는 10월 전국 20여개 중·고등학교에 시범 도입된다.
박선영 한복진흥센터 산업팀장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면서 경복궁 인근의 한복 대여점 53곳 중 17곳이 휴업하거나 폐업 중"이라며 "한복의 지속가능성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신한복의 확산은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유행을 규제하기보다 교육 등을 통해 전통 한복의 인식을 올바르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July 25,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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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불명' 비난하더니 블랙핑크 배꼽티 한복엔 열광하는 이유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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