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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허무한 실점…우리가 알던 두산이 아니었다 -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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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고척돔 이혜진 기자] 허무한 실점, 우리가 알던 두산이 아니었다.

뼈아픈 일격이었다. 두산이 이번 포스트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의 ‘2020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2-5로 고개를 숙였다. 물론 87.5%의 확률은 여전히 두산 편이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한국시리즈다. 문제는 기세다. 앞선 2경기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하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이번 시리즈를 빨리 마무리하고 전력을 재정비하려던 계획도 꼬였다. 잊고 있던 2009년의 악몽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선발투수로 나선 라울 알칸타라가 잘 버텼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알칸타라는 정규시즌 31경기에서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한 특급 투수다. 다만, 지난 5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4⅓이닝 4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당시 목에 담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무리시키지 않았다. 2차전이 아닌 3차전으로 등판 일정을 조정했다. 충분히 쉬고 나온 알칸타라는 제 구위를 찾은 듯했다. 7이닝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언제든 패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좋지 않았다. 한순간에 무너졌다. 8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사 후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내주며 주자가 쌓였다. 그리고 4번 타자 유한준이었다. 1회, 6회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범타로 물러났다. 각각 우익수 플라이,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세 번째는 달랐다. 타구가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 끝에 걸렸다가 빠져나갔다. 팽팽했던 0-0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끝이 아니다.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까지 5명의 타자를 더 상대해야 했다. 무엇보다 두산이 자랑했던 수비가 뚫렸다. 알칸타라가 내려간 이후로는 자멸에 가까웠다. 두 번째 투수 홍건희가 던진 초구를 포수 박세혁이 빠뜨리면서 허무하게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최소 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다. 2사 만루에서 배정대와의 승부도 묘했다. 타구가 높게 뜨면서 플라이아웃 처리되는가 싶었으나 중견수 정수빈과 유격수 사이에 떨어졌다. 어쩐지 평소답지 않게 허둥지둥하던 두산의 야수진, 1패보다 더 아픈 대목이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고척돔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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