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탁, 자산운용…전통금융, 디지털 자산에 손을 뻗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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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등 수탁 컨소시엄 구성

8~10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0 행사에 참가한 조진석 케이비(KB)국민은행 아이티(IT)기술혁신센터장(왼쪽)이 ‘디지털 자산의 미래와 전통 금융권의 대응’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앉은 이는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가운데)와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코인데스크코리아 자료

“시기의 문제지만 디지털 자산은 기존 금융자산을 융합하고 일부는 대체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부동산, 금, 자동차도 앞으로 모두 디지털 자산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금융기관이든 이걸 어떻게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판도가 바뀔 것이다.” 조진석 케이비(KB)국민은행 아이티(IT)기술혁신센터장의 발언에는 새로운 자산의 등장을 바라보는 전통 금융권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금융의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까.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2017~2018년 비트코인의 거품과 사기·다단계 등 불법행위와 그에 따른 심각한 피해에 기초해 있다. 하지만 지난주 온라인으로 진행된 디지털자산박람회(DAXPO) 2020에 참가한 전통 금융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제는 아니다’라는 신호를 확인했다. 조 센터장은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산업은 거래소 신고등록제 등 조금씩 틀을 갖추고 있고, 각국 금융기관들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은행감독기구인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7월 연방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던 제이피(JP)모건 같은 큰 은행도 올해 들어선 거래소 계좌를 개설해줬다. 스탠더드차터드도 기관 대상 수탁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에선 아직 허용되지 않았지만 케이비와 신한은행, 엔에이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엔에이치는 6월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술기업 헥슬란트와 ‘엔에이치 커스터디’(가칭)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류창보 엔에이치 디지털아르앤드디(R&D)센터 파트장은 “은행은 이미 제도권 안에서 사업 중이라 보안과 규제준수 체계가 구축돼 있다. 향후 은행 중심의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가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보관과 편리한 관리를 제공하는 수탁 서비스가 구축되면 다음엔 자산운용이 가능해진다.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펀드회사인 피델리티도 작년에 수탁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인덱스 펀드 신청서를 제출했고, 운용도 넓혀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 과장은 “전통 자산을 디지털화한 증권형 토큰은 전통 금융회사가 특히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생태계가 활성화된다면 증권형 토큰과 가상자산을 모두 운용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도입에서 제도와 기술 면에서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는 분야는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다. 작년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자 미국 민간의 디지털달러 프로젝트 등 관련 논의는 속도를 냈고, 중국에선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위안(DCEP) 프로젝트가 시범 운용 중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초 시비디시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다만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지금은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지 말지가 아니라 발행을 위한 검토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